기술을 어떻게 돋보이게 만드는가 – 산업용 디바이스 디자인의 본질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사용자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한 기능을 지닌 기기라도, 사용자에게 명확히 이해되지 않거나 조작이 불편하다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술을 실제 가치로 전환시키는 마지막 고리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의 장식이 아니다. 산업용 디바이스 디자인은 기능성과 심미성의 절묘한 균형 속에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며, 복잡한 기술을 직관적인 경험으로 번역해낸다. 이러한 디자인의 본질을 통해 기술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기술과 사용자 사이, 디자인은 ‘언어’다

우리는 다양한 기술 기반의 제품을 사용한다. 의료기기, POS 단말기, 순번 시스템, 공공장비 등은 그 자체로는 특정한 전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기술의 구조나 프로세스는 대부분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실제 사용자는 기능 그 자체보다 ‘경험’을 통해 제품을 평가한다.

이때 디자인은 기술과 사용자 사이의 ‘언어’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한 제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신뢰할 수 있는 장비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시각적, 물리적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 이 언어가 명확할수록 기술은 더 잘 이해되고, 쉽게 받아들여진다.



정보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드는 구조 설계

산업용 제품의 공통된 특성 중 하나는 '다기능'이다. 많은 기능을 담고 있어야 하기에 UI가 복잡해지기 쉽고, 조작 패널이나 버튼의 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직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쁜 병원 현장, 복잡한 매장 환경, 실외 작업 현장 등에서는 몇 초의 판단과 조작이 전체 시스템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동선, 손의 위치, 조작 흐름, 시야의 방향 등을 분석하여 제품의 인터페이스 구조를 설계한다. 이를 통해 정보를 재배열하고, 사용자 행동에 맞는 조작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기술의 복잡성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단순화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터치스크린 안에 표시되는 항목의 수, 아이콘의 위치, 버튼의 크기와 색상, 피드백 방식(진동, 사운드, 불빛 등)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사용자와 기술 간의 소통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조형성과 감성 – 신뢰를 만드는 형태

기술적 신뢰는 성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사용자 신뢰는 전혀 다른 층위에서 형성된다. 기기의 형태, 재질, 색상, 디테일의 정리 상태 등은 제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의 인상을 결정한다.

특히 의료기기나 금융, 공공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장비는 ‘정확하게 작동할 것 같다’는 감정적 확신이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은 이러한 심리적 반응을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다. 명료한 형태,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한 선의 흐름, 안정적인 밸런스를 갖춘 비례, 그리고 적절히 분배된 질감은 제품의 성능과 무관하게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기술은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지만, 디자인은 그 기술의 얼굴이 된다.



HOONSTUDIO 사례 – 기술을 돋보이게 만든 디자인

HOONSTUDIO는 지난 20여 년간 산업용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 기반의 제품을 사용자 친화적인 경험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해왔다. 우리가 마주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기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지만 사용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요청에서 출발했다.



POS 단말기 'FORZA' – 기술을 사용성으로 연결한 디자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SAM4S의 모듈형 POS 단말기 'FORZA'이다. 이 제품은 다양한 디스플레이 구성과 결제 모듈 조합이 가능한 구조로, 복잡한 리테일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HOONSTUDIO는 모듈 간의 일체감을 극대화하면서도 사용자에게 각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어 보이도록 디자인 구조를 설정했다. 또한, 전면부의 조형은 단단하고 안정된 인상을 주어, 매장 환경에서 반복적인 조작에도 견고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실사용자 인터뷰와 현장 테스트를 통해 인터페이스 위치와 경사각을 조정하고, 터치 반응의 시각 피드백도 정교하게 설계하였다.



AQ-800 순번 시스템 – 공공 환경에서의 정보 시각화

또 다른 예는 신도테크노사와 함께 개발한 **스마트 순번 시스템 'AQ-800'이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AP를 내장한 스마트 순번발행 시스템으로, 사용자의 대기 경험을 크게 향상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디자인 접근은 복잡한 정보 구조를 단순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되었다. 발권기, 디스플레이, 호출기 등 각 구성 요소를 하나의 시각 언어로 통합하여, 전체 시스템이 하나의 서비스 흐름처럼 인식되도록 설계했다. 발권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인 조작을 위한 대형 터치와 시인성 높은 컬러 체계를 도입했고, 외형은 공공 환경에 어울리는 정돈된 형태와 톤으로 마무리되었다.



디자인이 기술을 전달하는 방식은 계속 진화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그러나 그 기술이 실제 사용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언제나 ‘디자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산업용 디바이스 디자인은 단지 보기 좋은 외형을 만드는 것을 넘어, 기술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사용자가 경험하도록 돕는 일이다.

디자인은 기술의 얼굴이자, 경험의 입구이며, 신뢰의 기초다.

그리고 그 본질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제품디자인회사 HOONSTUDIO

웹사이트: www.hoon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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