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전시’보다 ‘전개’다

 

디자인은 종종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된다. 전시회에 걸린 프로토타입, 잘 꾸며진 프레젠테이션 이미지, 세련된 제품 사진 속에서 디자인은 하나의 완성된 결과처럼 다뤄진다. 하지만 제품디자인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이 실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쓰이고, 어떤 방식으로 기능을 수행하느냐이다. 겉모습보다 작동하는 ‘전개’의 순간이야말로 디자인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이란 기본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도구다. 디자인의 역할은 단지 그것을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사용자가 불편 없이 다룰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성패는 제품이 전시된 순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그 이후’의 시간에서 결정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수많은 물건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의자에 앉고, 컵을 들고, 버튼을 누르고, 장비를 조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 물건들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인식하지 않는다. 잘 작동하기 때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불편한 구조나 작동 오류, 손에 맞지 않는 형태, 불명확한 사용 방식 등은 바로 사용자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잘 작동하지 않는 디자인은 기능을 해치고,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디자인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디자이너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에 몰입하는 것이다. 제품을 화려하게 표현하고, 각도를 정교하게 잡고, 색상과 재질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렌더링 작업은 디자이너에게도 만족감을 주고, 발표나 제안에서도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그 디자인이 실제 사용 맥락 속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체 없는 형식일 뿐이다.

HOONSTUDIO는 수년간 산업용 제품, 군용 장비, 의료기기, 전자제어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이 ‘전개 중심의 사고’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외형 디자인을 정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이 실제로 사용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구조를 해석하고, 반복적 사용에 따른 피로도를 예측하는 설계를 통해 기능 중심의 디자인을 해왔다. 특히 군수 산업이나 산업용 장비처럼 ‘겉보다 속이 중요한’ 제품을 다루다 보면, 디자인이 사용 순간의 맥락에 얼마나 민감해야 하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실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휴대형 전술통신장비의 설계를 보면,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빠르게 조작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버튼의 위치, 간격, 돌출 높이, 눌림 압력을 정밀하게 조정했고, 우발적인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니즘도 설계에 반영했다. 단순한 외형 설계보다 물리적 피드백, 야간 사용 시의 시인성, 제품 설치 각도에 따른 접근성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이 제품은 사용자의 손에 잘 맞았고, 실전에 가까운 테스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품이 실제 사용 환경에 놓였을 때 드러나는 성능, 즉 ‘전개된 이후’의 만족감이야말로 디자인이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고정형 제어 패널의 설계 경험을 들 수 있다. 이 패널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장시간 가동되며, 작업자는 반복적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조작해야 한다. 따라서 전체 구조는 방열이 용이하도록 내부 공간을 설계했고, 조작부는 오염에 강한 재질을 사용하면서도 손의 피로를 줄이는 각도와 형태를 적용했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작업자의 시선 높이, 손의 이동 거리, 피드백 속도를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레이아웃을 구성했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적었지만, 작업자는 이 패널을 "가장 편안한 제어 장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디자인은 보기 좋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디자인은 제품이 작동되는 과정 전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개 중심’ 디자인의 본질이다.

제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되고, 마모되고, 반복된다. 그러한 시간성(time-based usability) 속에서도 제품이 기능을 유지하려면, 초기의 구조 설계부터 사용성 테스트, 재료의 내구성, 보수의 용이성까지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 제품이 전시된 순간보다, 사용자가 제품을 열고, 조작하고, 반복적으로 다룰 때 디자인은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 평가 기준은 시각적 인상이 아니라, 사용 경험의 연속성이다.

물론, 시각적 완성도와 미적 감각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디자인 요소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형태는 기능의 결과일 때 가장 설득력 있으며, 미감은 조형 자체보다 맥락 속에서의 조화로움에서 나온다. 즉, 제품디자인은 감각을 자극하는 것보다, 맥락에 반응하고 작동하는 것에 가깝다.

HOONSTUDIO는 ‘작동성’과 ‘기능 중심 디자인’을 회사의 철학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우리는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구조, 복잡하지만 조용히 돌아가는 메커니즘, 익숙하게 손에 닿는 버튼의 높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제품의 신뢰성과 생명력을 좌우하는 디자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자인은 전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위해 존재한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렌더링보다, 사용자의 손에 쥐어졌을 때 “이 제품 잘 만들었네”라는 말을 듣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제품은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반드시 현실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HOONSTUDIO가 추구하는 제품디자인의 방향이며,

우리가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은 원칙이다.

제품디자인회사 HOON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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