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디자인과 대화의 이야기
제품디자인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확신하게 된 점이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결국 좋은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디자인을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기술적인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믿음은 지금 제가 이끌고 있는 HOONSTUDIO의 모든 작업 방식에 깊이 스며 있습니다.
스튜디오를 처음 설립했을 때, 저는 디자인 실력보다 소통의 감각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는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합니다.
클라이언트는 시장과 전략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디자이너는 감성과 사용성, 형태의 언어로 답합니다.
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 —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출발점입니다.
1. 이야기를 듣는 시간
HOONSTUDIO의 첫 번째 원칙은 ‘들어주는 디자인’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저희는 제품의 기능적 요구나 일정만 묻지 않습니다.
그 제품이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감정은 무엇인지부터 질문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디자인 인터뷰’라고 부릅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경청자가 됩니다.
고객의 말투, 단어 선택, 표정과 숨결 속에서
그분이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니즈를 찾습니다.
이해가 쌓이면 디자인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선명해집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형태와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2.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HOONSTUDIO의 미팅실에는 화이트보드보다 프로토타입이 더 많습니다.
저희는 긴 설명보다, 보여주는 대화를 선호합니다.
스케치, 3D 모델링, 거친 목업 등 가능한 한 빠르게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 공유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디자인은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느끼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보고 만지고 사용해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화는 깊어지고 방향은 명확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주고받는 피드백은 단순한 수정 요청이 아니라
공동 창작의 기록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자주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건 제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둘의 디자인입니다.”
그 말에는 겸손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혼자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생각이 부딪히고, 때로는 엇갈리고, 결국 조율되는 그 여정 속에서
진짜 디자인이 태어납니다.
3. 투명한 진행과 열린 대화
HOONSTUDIO에서는 모든 프로젝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합니다.
메일로 오가는 단편적인 의견 대신,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툴을 통해
디자인 시안, 일정, 피드백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운영합니다.
클라이언트분들은 언제든지 프로젝트의 현황을 확인하실 수 있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대화는 단순한 업무 기록을 넘어,
신뢰의 데이터가 됩니다.
좋은 디자인은 형태보다 먼저, 신뢰 위에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빠른 피드백보다 정확한 소통을 우선합니다.
그 작은 차이가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고 믿습니다.
4. 완성 이후의 관계
저희의 소통은 제품이 완성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출시 후 사용자 반응을 함께 모니터링하고, 개선점을 논의하며,
다음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HOONSTUDIO는 고객을 일회성 의뢰인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오신 고객분들이
“그때의 대화가 우리 제품 철학의 출발점이었어요.”
라고 말씀해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다시 한 번 확신합니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그 출발점은 언제나 진심 어린 대화 한 줄이라는 것을요.
5. HOONSTUDIO의 소통 철학
저희가 추구하는 소통은 단순한 업무 협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희는 늘 질문하고, 경청하고,
필요할 때는 도전적인 제안을 드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고객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희의 시선이 고객의 통찰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HOONSTUDIO의 결과물은 늘 다릅니다.
같은 산업군의 프로젝트라도,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탄생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술도, 자본도 아닙니다.
바로 소통의 깊이입니다.
마무리하며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대화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대화에서 시작되고,
좋은 대화는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HOONSTUDIO는 앞으로도 이 철학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형태보다 먼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감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 —
그것이 제가, 그리고 HOONSTUDIO가 고객과 함께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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